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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증①] 해외여행 단꿈 깨져…경험하면 상상초월
by 연세필 | Date 2015-12-23 17:13:44 hit 2,498

극심한 불안·불쾌감 경험…증상 따라 인지행동·약물치료 처방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12-12 06:00:00 송고

12월 초 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온 35세 A모씨는 귀국하는 항공기에서 난생처음 비행공포증을 경험했다. 기상 악화로 터뷸런스(난기류)가 발생해 A씨를 태운 비행기는 5시간 넘게 좌우로 몹시 흔들렸다.

불쾌한 기분이 몰려왔고 흔들리는 강도와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항공기가 추락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생겨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굳어갔다. 좌석을 꽉 붙잡았지만 긴장감만 커졌다. 임시방편으로 술을 들이켰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비행 내내 불쾌감에 시달린 A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행공포증의 찝찝한 기분이 잊히지 않았다.

동남아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B씨는 1000억원 정도의 대형 계약을 따냈다. 남은 절차는 그룹 총수인 B씨가 계약을 발주한 해외로 날아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 뿐이었다.

그런데 B씨는 심각한 비행공포증 환자였다. B씨는 현지로 가지 않기로 결정했고 해당 계약은 파기됐다.

◇해외여행객 늘면서 증가 추세…난기류·공황장애 등 원인

비행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가항공사의 출현으로 항공료 부담이 줄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시민은 1608만명에 이른다.

해외여행이 잦을수록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거나 이·착륙 과정에서 불쾌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자주 해외로 나가는데다 성수기인 연말에는 비행공포증을 경험하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공포증은 항공여행 중 극심한 불안과 불쾌감을 경험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비행기를 전혀 타지 못하거나 여행 내내 불편한 기분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항공기 안전을 걱정하는 단순비행공포증(상황형 특정공포증), 예측이 안 되는 불안이 생겨 항공기 탑승이 불안한 공황장애, 항공기는 일단 탑승하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폐소공포증 등으로 나뉜다.

단순비행공포증은 항공기 안전성과 조종사·정비 신뢰성, 난기류, 이착륙, 선회에 대한 불신으로 생기는 불안이다. 특정 약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행기 안전을 불신하는 생각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료 프로그램은 항공기 운항·유지·보수·관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모형항공기를 통한 기내 교육, 치료 비행 등으로 진행된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유형은 원할 때 빠져나오지 못하는 장소에서 질식감, 심장이 빨리 뛰며 이상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한다.

어지럽고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생겨 고통스럽다. 이런 환자들은 비행 안전보다 자신의 신체적 증상과 자제력 유지를 더 걱정한다.

단순비행공포증과 달리 약물 처방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일정 시간 동안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상민 비행공포증연구소장(항공전문의사)은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 시간은 짧게는 8시간에서 길게는 16시간 정도"라며 "30시간 정도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이동 중인 항공기 모습./© News1

◇성인 10% 노출…찬물 마시고 힘 빼면 긴장 풀려

해외 연구에서는 전체 성인 인구의 10%가량이 비행공포증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 고령자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환자 수는 해외의 경우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보다 단순비행공포증 유형이 더 많다. 단순비행공포증의 발병 원인은 비행 안전을 과도하게 걱정하기 때문이다.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흔들리면 긴장감이 들고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시끄러운 제트엔진 소음과 난기류의 기체 요동, 기압변화에 의한 이통(귀 통증) 등 다양하고 불쾌한 감각 경험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늘에 떠있어 지지기반이 없는 느낌 자체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불필요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보통 항공기는 고도 10킬로미터(㎞) 상공을 비행하기 때문에 난기류로 인해 추락하는 기분이 들더라도 실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상민 소장은 "항공기 내부에서 큰 흔들림을 경험해도 실제 그 각도가 30센티미터(㎝)인 경우가 많다"며 "항공기 사고는 길을 걸어가다 돌에 맞아 숨질 가능성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비행 중 극도의 긴장감이 생기면 몸에 힘을 빼라고 조언한다. 가령 놀이기구인 바이킹을 탔을 때 힘을 빼면 긴장감이 줄어드는 이치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함께 음악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찬물을 마시면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러나 잠을 자기 위해 과도하게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되레 귀중품을 분실하거나 출장이나 여행을 망치는 주범이다.

이상민 소장은 "비행공포증이 심하면 죽음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면서 "해외 선진국에서는 40여년 전부터 신종 질환으로 규정하고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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