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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아일보] 비행공포증연구소
by 운영자 | Date 2007-12-20 19:27:00 hit 2,109

[헬스&뷰티]소문난 병원<6>서울 논현동 ‘비행공포증연구소’






비행기 탑승훈련-심리치료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비행기를 타면 누구나 불안감을 느낀다. ‘혹시 잘못돼서…’ 하는 불안감은 높은 곳을 비행하게 되면 나타나는 정상반응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가 심한 사람들이 있다. 중국을 배로 오가는 가수 장나라나 비행기 타는 게 무서워 전성기에 국가 대표를 은퇴하고 클럽 경기에만 뛰었던 네덜란드 축구 선수 데니스 베르흐캄프, 영화 ‘프렌치 키스’의 케이트(멕 라이언 분) 같은 사람들이다. 비행공포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들을 치료해서 ‘소문난 병원’이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비행공포증연구소’다.》




○ 비행기 못타는 사람 의외로 많아


비행공포증이 아직은 생소해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를 못 타 고통 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유명한 곳이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목포까지 이동한 뒤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와서 치료를 받고 가기도 하고, 중국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와서 이 곳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 연구소를 찾는 사람은 비행 횟수가 80∼100회 정도 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아찔한 경험’을 한 뒤 비행기를 못 타게 된 사람들이다.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병원에서 ‘불안장애클리닉’을 운영했던 이상민(정신과 전문의) 소장이 2004년 3월 설립했다.


간판은 연구소지만,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간호사 등이 비행 공포를 치료하는 병원이다. 정신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고려해 병원이나 클리닉 대신 ‘연구소’로 이름을 지었다.


이 소장은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항공기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비행기 엔진이 꺼질까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말이 없어서 관련 자료를 찾다가 외국에는 비행공포를 치료해 주는 기관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소장은 국내에도 비행 공포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구소를 설립했다. 대한항공은 연구소 설립 취지에 공감해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해 오고 있다.


○ “치료 후 몸과 마음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비행공포증 연구소에 들어가면 항공기 좌석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비행기를 탈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 대한항공이 사용하다 수명이 다해 해체한 항공기에서 가져온 좌석이다.


비행공포증 치료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이곳에서 호흡법과 근육이완법을 배운다.


이 소장은 “불안한 생각이 들더라도 신체가 이완돼 있으면 심한 불안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며 “호흡법과 근육 이완법은 신체가 경직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이후 치료 방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항공기 안전성이나 난기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비행기 타기가 무서운 단순 비행공포증 환자들은 곧바로 4∼8명 단위로 그룹 치료를 받는다. 그룹 치료는 항공 조종사를 연구소로 초청해 항공안전교육 등을 받은 뒤 대한항공 훈련원과 격납고에서 모형 항공기 탑승 교육과 정비 교육 등을 받는다.


항공 전문가들로부터 받는 그룹 치료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막연한 불안과 잘못된 생각 등을 바로잡아 비행 공포를 줄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은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제주도 왕복 비행을 하는 것이다.


비행공포증의 원인이 폐쇄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 공황장애일 경우에는 치료 방법이 더 복잡해진다.


고소공포증 환자들은 전면이 유리로 된 고층건물에 올라갈 수 있게 된 후, 폐쇄공포증은 폐쇄된 방에서 혼자 있는 체험 등을 통해 밀폐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극복되면 그룹 치료를 받게 된다.


기간은 단순 비행공포일 경우 4주 정도 걸린다. 처음 3주는 한 주에 두 시간씩, 그룹 치료를 받게 되는 넷째 주는 이틀간 20시간이 필요하다. 치료비는 단순 비행공포일 경우 제주도 왕복항공료를 포함해서 100만 원 정도다.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교육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비행공포증 연구소 상담실에는 이곳에서 치료효과를 본 사람들이 보낸 엽서들이 붙어 있다.


‘김포에서 대구까지 혼자서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게 날았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밤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더군요.’


‘설마 하고 의심하고 병원에 가는 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2일간의 집중치료 후 변화되는 내 생각과 내 몸에서 정말 놀라움을, 아니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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