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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말 우울증이예요?
by 연세필 | Date 2018-12-14 17:09:27 hit 4,883

정신과에는 많은 분들이 기분이 안 좋고 사는 것이 힘들다고 오십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검사를 해서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내리면 수긍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자신은 우울증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하거나 우울증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가족이나 친구한테 이야기하면 '네가 무슨 우울증이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우울증이 맞냐고 물어보십니다.

왜 우울증이 아니라고 생각할까요.  우선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매일매일 하루 종일 우울해하고 집 안에 처박혀서 씻지도 않고 한곳만 멍하니 응시하거나 자살 생각만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이 있다고 매일 우울한 것도 아니고 항상 우울한 것도 아닙니다. 우울증에 걸려도 직장에서나 친구들 앞에서는 평소랑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는 주르륵 눈물을 흘리면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자살 방법을 검색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울증의 증상이지만 명확하지 않아서 우울증상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과하기 쉬운 우울증상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울한 기분보다 짜증 난 기분을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밖에서는 잘 참다가도 집에 돌아와 자녀들이나 배우자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는 한 놈만 걸려봐라는 마음으로 모르는 사람과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가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도 있지만 짜증의 빈도나 강도가 증가했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하던 일이 재미가 없어집니다.  꾸준히 챙겨 보던 드라마도 안 보게 되고 영화를 보다가도 중간에 꺼버리고 친구들의 모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안 나가게 됩니다. 주말마다 하던 취미활동이나 운동도 안 나가고 멍하니 집에만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셋째 보통의 우울증에서는 불면증과 식욕부진을 많이 보이지만 반대로 많이 자거나 많이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고 밥 먹은 후에 괜히 허전해서 이것저것 더 먹게 되고 술 생각이 자주 나기도 합니다.
넷째 항상 피곤해합니다. 하루 일이 끝나고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하고 종일 몸이 천근만근이고 행동이 느려진다면 우울증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집니다. 책이나 티브이를 봐도 금세 다른 생각에 빠지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오시기도 하는데 대부분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까운 슈퍼에 갈 때도 몇 시간 동안 고민을 해야 하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살지 와 같은 사소한 일도 쉽게 결정을 못 합니다.  결정을 못 해서 멘붕에 빠졌다고 표현하시는 분도 있고 안절부절해하는 분도 있습니다.
여섯째 대인관계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반응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애매한 우울증상으로 인한 우울증에 걸려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위의 증상들이 한두 가지가 있다고 우울증은 아닙니다. 또한 기질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짜증이 많고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는 안 그랬는데 위의 증상들이 있고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우울증일 수 있습니다. 매일 우울하지 않더라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힘들고 죽고 싶을 만큼 일상생활이 버겁다면 정말로 우울증에 걸려 있을 수 있습니다.


이대연세필.
김덕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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