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원장님은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십니다. 최근 항불안제 리보트릴과 관련된 사태에 대한 방송 인터뷰내용입니다.
■ 프로그램: PBC ‘열린세상오늘, 이석우입니다’ (FM 105.3 MHZ, 지방별 동시 방송)
■ 인터뷰 및 방송일시: 3월 21일 월요일 오전 7시 45분부터 10여 분간
■ 진행: 이석우 보도국장
■ 담당: 보도국 윤재선 차장 (010-4224-3822)
- 인터뷰 :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정책위원 이상민
[발언전문]
주로 불안 장애를 겪고있는 환자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의 처방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의사와 환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 신경정신과 의사회는 이 약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를 규탄하면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대한 신경정신과 의사회 이상민 정책위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품 ‘리보트릴’인데요. 이게 어떤 약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네. 워낙 정신신경계쪽에 여러 효과가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정신신경계에서는 아스피린 같은 약입니다. 일단 불안과 흥분을 진정시켜주고 수면장애나 간질, 심지어는 정신분열증에도 효과가 있는 약입니다.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이군요. 그렇다면 처방받는 환자수 또 그 사용량이 상당히 많겠네요?
▶예, 그렇죠. 미국에서도 약물 시장 200위 내에 드는 약물이고요. 지금 정신과학회와 의사회가 실태파악을 하고 있는데 대학병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처방 건수가 만 건 이상인 것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신 질환, 불안장애 이런 경우에는 거의 다 처방이 된다고 보면 됩니까?
▶예, 맞습니다.
-그런데 이달부터 사실상 금지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20년 이상 쓰여온 약물인데 어떤 이유로 이런 상황이 됐나요?
▶근본적으로 이 약을 만든 제약사인 한국 로슈가 약물에 대한 허가 신청을 낼 때 간질만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이 약이 워낙 정신과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비공식적으로 사용을 인정해줬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준 거죠. 근데 문제가 최근 약물들이 원래 용도 외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오남용 약물 전산 심사 제도가 실시됐는데. 취지는 나쁜 제도가 아닌데 전산 심사가 되니까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코드가 없는 약물들을 차단하게 되버린겁니다.
-결국 한국 로슈가 제동을 걸었다고 보는데요. 왜 제동을 걸은 건지, 문제가 어디에 있는 건지 왜 그렇습니까?
▶일단은 이 약이 효과가 좋은 약인데 문제는 비용이 굉장히 저렴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약을 정신과적인 진단을 사용 허가를 추가로 받으려면 결국 돈이 듭니다. 한마디로 저렴한 약이라서 허가 비용을 쓰기가 아깝다는 거죠. 보통 지금 알려진 거로는 한 10억에서 20억 정도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국적 제약사가 이 정도 비용이 아까워서 명백하게 효과가 있는 약을 허가 추가 신청을 안 한다라는 건 무책임하다라는 판단입니다.
-단지 이 돈이 아까워서 추가 신청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른 처방에도 쓸 수 있도록 하려는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맞습니다.
-지금 그러면 일단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입니까?
▶벌써 작년 12월달에 예고를 하고 두 세달 유예를 한 다음에요. 2월 사용한 약들을 3월달부터 삭감이 시작되고 있죠.
-그러면 처방이 벌써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네요...
▶문제는 이 약이 대체제도 뚜렷하지가 않고 비싼 약들이 주로 대체약이기때문에 쉽사리 약을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방을 지금 계속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삭감을 당하는 것도 알면서도 보험 처방을 하면 삭감이 되기 때문에 병원이 난감한 거고 그렇다고 환자에게 부담을 시키면 이게 부당 진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해당 병원이 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는 거죠.
-그러면 어정쩡한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쉽게 얘기해서 의사들이 계속 반발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제약사가 코드 신청을 안 했는데 어떻게 쓰겠냐, 쓰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의사들은 계속 쓰면서 제약사들에 책임을 지고 코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계속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들은 계속 요구를 하면서 일단 처방은 계속 하고 있군요...
▶예. 하고 있습니다.
-제약사측 주장은 이렇더군요. '문제의 약물을 불안장애에 처방하는 외국의 사례나 문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던데요.'
▶방송에서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요. 단 한마디로 말해서 거짓말입니다. 왜냐면 미국의 경우 리보트릴이라는 약이 전체 처방 중에 간질 용도로 처방되는 건 10%에 불과하고요. 불안 장애, 조울증 같은... 불안 장애가 48%, 조울증이 20%니까 정신과적인 질환의 용도로 70%가 사용됩니다. 즉. 지금 현재 로슈가 주장하는 간질의 7배를 미국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는데 외국에 사례가 없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자는 거죠. 의사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도 너무나 많은 문헌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분들 말대로라면 교과서가 바껴야 되는 거죠.
-그야말로 주장을 위한 주장을 지금 하고 있는 거군요..
▶예, 맞습니다. 회사가 잘 생각해보시면 보통은 제약사가 자사 약을 의사들한테 홍보하는 게 대부분인데. 지금 이 상태는 저도 처음 경험하는 거지만 의사들이 약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 아닙니까. 본인 자사 제약품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어디에 효과가 있다는 걸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다른 뜻이 있는 거 같은데 아까 말씀 하신 비용때문에 그렇습니까? 추가적인 게 더 있습니까?
▶일단은 비용때문이고요. 또 하나는 이건 제 추측이지만. 제약사가 자기들이 돈을 안 들여서 허가 신청을 안 받았는데도 심사평가원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의사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그 약을 처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로슈측 입장에서는 돈 안 들이고 이 약이 판매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죠. 그러나 지금 로슈 측의 그런 태도때문에 식약청도 심지어 이거를 인식해서 만약에 허가신청을 하면은 편의를 검토하겠다는 의견까지 냈고. 심사원도 지금까지 이거를 유연하게 봐줬고 의사들도 쓰고 있는데 이게 사실은 로슈가 허가 신청을 안 하는 바람에 원칙적인 절차를 벗어나서 다 편의를 봐주면서 진행이 되는 거잖아요. 결국은 로슈가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편의를 봐주겠다고 하는 것에는 비용적인 측면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포함되는 겁니까? 아니면 어떤 게 포함됩니까?
▶그게 가장 중요한 안이겠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로슈 측이 추가 사용 범위를 식약청에 신청하면 실용적 임상 연구 제도라는 것이 있다고합니다. 거기에 이 제품을 넣는 것을 검토해서 기간과 비용을 좀 줄여볼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을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식약청도 지금 낸 상황이죠. 근데 로슈측 태도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할 생각이 없는 거 같은....
▶네. 없다는 거죠.
-그냥 돈 안 들이고 가겠다, 끝까지 가보겠다 이런 얘긴가 보죠. 그 안에도 필요해서 쓸테니까 우린 그냥 가겠다는 이런 입장인 거 같습니까?
▶그런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이렇게 계속되면 법규나 규정을 위반하는 상태이고 자칫하면 의사나 환자에게 피해도 올 수 있지 않습니까?
▶있겠죠. 왜냐면 의사들이 결국은 급여로 보험 신청을 하면 계속 삭감을 당하게 되면 결국은 이 약을 못 쓰게 되고. 못 쓰면 환자들이 환자들이 약이 조금만 바껴도 굉장히 민감한 변화가 있는데 아무래도 증상이 악화될 거고. 수면 장애 중 일부는 아예 대체제가 없습니다, 이약이. 그 사람들이야 당연히 증상 악화는 뻔한 거고요. 또 그렇다고 일반으로 하게 되면 그건 의사가 불법을 행하는 거죠. 그래서 뭐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사나 환자들한테 나쁜 영향을 미치겠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비용을 완전하게 없애는 게 좋을런지 아니면 적정선을 찾아봐야 할 건지, 어느쪽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일단은 로스 측이 근본적으로 허가 신청을 하는 건데요. 만약 이 약 자체가 허가 신청을 하는데 비용이 너무 저렴한 약이다 그러면 약값을 인상하는 방법도 일부 있겠는데요. 저희가 그래서 심지어 얼마면 신청을 하겠냐는 질의서도 로슈 측에 보냈고 또 하나는 지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까 일부에 대해서는 허가할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범위를 제약사가 신청을 안 했다 하더라도 조금 더 범위를 늘려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죠.
-그리고 다른 얘긴데요. 일본에 엄청난 지진 피해가 있고 그래서 아마 주민들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오래갈 거 같은데. 전문가로서 그런 부분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환자가 이미 많이 발생을 했을 겁니다. 국가 차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센터를 향후 이 지역에 세우는 것을 고려하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의료품이나 식료품 같은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심리 전문가들이 정서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예방 작업에 들어가는 게 동시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여러가지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서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어떻습니까?
▶외국의 경우에 심리적인 충격을 대재앙에 관련해서 초기에 치료하고 평가하는 전문가 그룹이 있습니다. 이거를 크라이시스 인터베이션 팀, 우리나라 말로 위기대응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정신 심리 분야의 위기 대응팀인거죠. 그런 팀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양성되고 운영되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