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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YTN Healthweek 기사: 비행불안
by 운영자 | Date 2004-10-15 19:19:00 hit 1,542

[본 기사는 YTN Healthweek 에 실린 내용 중 주요 부위를 발췌한 것입니다. <이상민원장>의 인터뷰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프랑스 월드컵이 한창이던 1998년 여름, 유럽의 강호임을 자부하며‘오렌지군단’이라는 닉네임으로 명성을 날리던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데니스 베르캄프가 폭탄발언을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에는 출전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해버린 것. 은퇴를 시사하는듯한 그의 발언에 주변은 술렁거렸고 스태프들은 진위 여부에 신 경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이유는 엉뚱하게도 심각한 비행공포증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많이 타야하는 국가대표선수임에도 그는 94년 월드컵 출전을 위해 미국에 간 것을 제외하고 유럽 대륙 밖으로 나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미국 월드컵이후 더욱 심해진 비행공포증으로 결국 비행거리가 15시간에 달하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2002한․일 월드컵이 그에게는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유명인들의 비행공포증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북한의 김일성 국방위원장이 그 넓은 중국 대륙을 방문할 때도 단번에 가는 비행기를 포기하고 며칠씩 걸리는 전용 기차만을 탄다거나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 팝가수 마이클 잭슨.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장거리 이동시 절대 비행기글 사절한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바로 비행공포증이 있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전 세계 성인의 5%가 비행공포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생각보다 흔한 증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비행기를 통한 이동이 대중화되면서 비행공포증 환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행공포증은 항공 여행 중 혹은 항공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불안과 불쾌감을 경험하는 일종의 불안장애로, 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비행기를 아예 못 타거나 할 수 없이 탔더라도 비행 내내 긴장하고 심지어 불안발작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다. 항공여행이 보편화된 서구의 경우 이미 비행공포증에 대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 세계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비행공포증 클리닉 수만도 2000년 기준으로 43개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항공여행이 대중화된 것이 몇 년 안된 데다 비행공포증을 개인적 결함으로 치부, 드러내기를 꺼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치료 프로그램이 드문 상황. 최근 1~2년 사이 일부 종합병원 정신의 학과에서 정신증 치료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비행공포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비행공포증연구소(소장 이상민․정신의학 전문의)가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연구 활발, 국내서는 나몰라라
이상민 소장은 “비행 불안으로 항공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비즈니스맨의 경우 외국으로 출장을 못 가거나 가서도 불안감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못 보고, 가족 중 비행공포증 환자가 있으면 가족 전체의 이동 자유가 제한돼 어려움을 겪는 등 개인에게는 심각한 증상”이라며 “외국 항공사에서는 승무원에게 비행공포증 승객에 대한 대처법을 따로 훈련시키거나 해당 승객의 기내 짐과 수하물을 따로 관리, 비상시에 대처하는 등 비행공포증 환자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돼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비행공포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보통 비행기의 엔진 소음이나 가속감, 이착륙시의 느낌, 비행 중 기체의 기울어짐, 기압변화에 의한 진동 등에서 오는 불쾌감을 심하게 느끼거나 항공기의 안전, 유지보수, 관제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을 때 나타나기 쉽다고 한다.

남에게 자신을 내맡기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나 긴장 및 불안증상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종종 볼 수 있다. 성별로는 감성중추가 발달한 여성이 남성보다 증상을 보이기 쉽고, 비행기를 탈 확률이 많을수록 증상에 자주 노출된다는 점에서 젊은 층보다 중 장년층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심각한 불안장애인 공황장애나 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대인공포증 환자들도 대부분 2차 증상으로 비행공포증을 나타내는데 국내의 비공식 임상자료에서도 전체 비행공포증 환자의 40%가 단순 비행공포증이며 30%정도는 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나머지 30%는 공황장애 환자들로 나타나고 있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비행공포증은 의외로 쉽게 치료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비행기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거나 비행기 타기를 꺼리고 불쾌감을 느끼는 단순 비행공포증 환자는 빠르면 3시간 만에 치료되는 경우도 있으며, 대부분 6~10시간가량 개인치료와 그룹치료를 받을 경우 증상이 사라진다. 재발률도 3%이하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방법은 비행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없애주면 된다는 것. 즉 개인의 비행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사고방식을 직․간접적인 비행 경험을 통해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한꺼번에 치료하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경험의 강도를 높여가며 서서히 비행기에 대한 불안감과 행동을 바꿔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역학이나 항공기의 유지보수, 관제 시스템 등 항공여행과 운항에 대한 기초교육에서부터 항공기 기장, 항공기 정비사 등 ale을 만한 전문가들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비행기를 직접 타보면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단계적 작업이 중요하다. 바로 경험을 통해 불안감을 없애주고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이 유일한 처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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