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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필의 치료진과 센터들을 소개합니다.[에세이] 위로가 필요할 때...(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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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필 | Date 2021-04-02 17:06:48 | hit 1,414 |
시를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때마다 시가 저를 찾아오는것 같습니다.
7년 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는, 신문을 읽다가 기형도의 “엄마 생각”을 만났습니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어머니를 제딴에는 위로해드리려고 시를 적어서 편지와 함께 보내드렸었지요.
이제는 그 어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제게 또 다른 시가 찾아왔습니다.
윤해우의 “혜성의 궤도” 입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이 올해 첫 폭설이다”에 수록된 시입니다.
시집 제목부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는 말이 들어간게 마음에 듭니다.
이 시집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표현했나보다고 저혼자 멋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혜성의 궤도 - 윤해우
오후 두 시에 나는 가장 슬퍼진다
그러니 우리는 밤에 만나 왈츠의 박자로 이별하자
혜성의 궤도는 나의 이마를 닮았고
유성우의 꼬리는 너의 눈매를 닮았는데
나는 무엇이 그리도 잡고 싶어서
너를 놓아주지 못하나
왜 우리는 서로의 중력이 되지 못해서
너의 질량은 하염없이 무거워
너를 사는 시간 나에겐 고작 하루였는데
천체는 이미 지구 한 바퀴를 다 돌고
다시 하루를 더 돈다
충돌을 망설인 이유는 그저
너의 쇠락이 두려워서였으나
그 사이 이미 궤도는 틀어져 버렸다
늙은 줄도 모르고 늙어버린 쌍둥이
철없이 젊어 시간을 기다리던
나의 북극성
유성우
그 끝에 매달렸던
소원 한 자락
“혜성의 궤도”는 마치 저를 위로해주기 위한 시인 것만 같습니다. 저는 모범생 큰딸이긴 했지만, 어머니를
좋아하는 마음을 많이 표현하진 못했습니다. 어머니나 저나 서로에게 뭔가 서운한걸 얘기한다거나, 화를 낸다거나 그래본 적이 없었네요.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혜성처럼 어머니한테 다가가서 부딪치는 일이 없었습니다. 평생 어머니를 짝사랑했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알기 위해서 한번쯤 충돌했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궤도가 틀어져 버려서 영원히 부딪쳐볼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혜성의 궤도처럼 생각해보면, 서로의 중력이 되지 못한건…… 그게 우리 모녀의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당연세필 박혜진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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