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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꾸물거림도 심하면 병입니다
by 연세필 | Date 2018-12-01 13:57:34 hit 3,661

'약한 마음'이라는 도스토옙스키 단편 소설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가난한 주인공은 공무원입니다. 그는 3주 전에 상사로부터 문서작업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작업량은 3 주면 충분한 양입니다.  그런데 그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고 선물을 삽니다. 일을 해야한다고 다짐하면서도 계속 딴짓을 합니다. 며칠 밤을 새우면 일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안에 떨면서 제대로 일도 못합니다. 그러다 불안해서 실신하기도 하고, 일을 못해서 군대에 끌려갈지 모른다는 망상도 보입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가는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계속 미루고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서 본인도 힘들고 주변사람 속 터지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은근히 많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많은 분들이 '약한 마음'의 주인공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를 못하고 계속 스마트폰만 본다거나 넷플릭스에 빠져 지냅니다. 수업에 가야 하는데 약간 늦었다는 이유로 수업을 제치고 자거나 다른 일을 합니다. 논문을 쓰지 못하고 교수님과의 면담을 계속 미룹니다. 중요한 미팅에 충분히 미리 갈 수 있지만 시간에 임박해서 도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력이 있음에도 성적은 낮게 나오고 직장에서는 저평가되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심리적인 이유로 이런 꾸물거림, 갈팡질팡, 지연, 회피, 포기 증상들이 생깁니다. '약한 마음'의 주인공은 일을 잘해서 상사의 기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아예 일을 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결정 장애로 인해 일을 시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정을 하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두뇌는 장기적인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험공부보다는 당장의 드라마를 보게 됩니다.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선택과 집중하라는 조언도 있고 제한된 시간 내에 선택하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과 연계해서 하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만 드라마를 보는 거죠. 그러나 이런 방법들로 도저히 안되는 상태도 있습니다. 우울이 심하거나 불안이 너무 심할 때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없던 결정 장애나 회피 현상이 생기기도 하고 약하게 있던 결정 장애나 꾸물거림이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만약 어떻게 해도 꾸물대는 것을 고칠 수 없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대연세필 김덕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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