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연예인의 자살로 인해, 상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경험을 합니다. [최진실씨의 자살이 공감이 간다], [ 그런 사람도 죽는 데 나라고 안 죽을 이유가 있는가]라는 환자분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b>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b> OECD 1위의 자살율이라는 불명예와, 연간 자살자의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에 이르는 현실은 개인이 아닌, 사회전체가 증가된 자살에 책임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나친 경쟁과 이 경쟁에 따를 스트레스를 과격하게 표현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인터넷 문화, 행복의 서열이 정해진 교육/주거/직업/학력의 차별 등 수많은 사회의 시스템들이 그 구성원들을 고통으로 내 몰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효과적인 자살 예방이란 공염불입니다. <b>분명한 것은 자살은 병이라는 점입니다.</b> 자살자의 80-90% 정도는 우울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의 치료는 자살예방의 가장 중요한 접근입니다. 지속적인 치료만이 자살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직 더 보아야 알겠지만, 이은주씨, 안재환씨, 최진실씨 모두 제대로된 상담과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최진실씨의 경우도 지인들의 권유에도 대외적 인식으로 안정제 이외에는 상담이나 항우울제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했습니다. 상담과 치료에 대해 개방적인 외국의 환경에 비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정신과진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는 개인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원인이 됩니다. 물론 우울증치료를 받더라도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에 비해 그 가능성이 1/5-1/10로 줄게됩니다. 의사로 가장 화나는 경우는 심한 우울증 환자가 겨우 호전되었더니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이 정신과치료를 받으면 안된다고 설득하여 치료를 종료한 환자가 다시 악화되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b>언론의 보도태도</b> 언론은 연예인의 자살에 대해 선정적이고, 동정적 시선을 보여주면 안됩니다. 어제 모 방송의 최진실 추모 특집에서 [오죽하면 자살했겠냐],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라]라는 고인의 자살을 미화하고, 동정하고 이해하는 내용들이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자살의 방법에 대해 보도된 신문기사들도 있었습니다. 이 모두... 사회적으로 또다른 자살을 유발하는 살인행위입니다. 이미 자살예방협회는 언론의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자살은 미화되어서는 안됩니다. 유족에게는 심심한 조의를 표하지만, 사회적으로 자살한 사람에 대해 미화하고, 동정할 수록... 모방자살이 늘어납니다. 또한 구체적 자살방법을 서술한 기자들은 언론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자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인터넷에 자살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자 자신과, 가족 사회, 언론, 의료진 모두가 이 고통스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사회과 개인은 이 자살의 도미노에서 우리 스스로와 가족, 사회구성원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b>마지막으로 자살예방협회의 보도에 대한 권고안입니다. </b> * 자살 보도 권고기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아래의 권고기준을 지켜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1.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2.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3.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4.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5.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 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됩니다. 2008년 10월 4일 연세필클리닉 치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