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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로가 필요할 때……
by 연세필 | Date 2019-10-08 14:43:54 hit 1,387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지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안에 근심꺼리가 생겼는데, 제 스스로 힘을 내야만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멘붕상태이고, 의대 친구들은 위로받고 싶을 때 영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의사들은 직업상 뭐든지 이성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침 아들녀석의 제안으로, 넷*릭스의 시리즈물을 시청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요즘 “스드” 덕분에 살아갈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드라마가 이렇게 매력있는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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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심한 빈혈이 생기셔서 골수검사를 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골수이식은 견디기 힘드실거라고 합니다. 정말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제게도 공황발작이 올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 생각을 할때마다 자꾸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쉬어져서 다른 쪽으로 집중할 꺼리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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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드”는, “미드”하고는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제가 본 드라마는 범죄스릴러를 표방했는데, “C.S.I” 와는 달리 그다지 자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은 액션이 시시하다며 재미없다고 하더군요. 미쟝센이라고 하나요? 화면의 구도가 단순하면서도 시각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였고, 스토리는 적당히 건전했습니다. 현실의 걱정을 잠시 접어두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파격적인 내용이었다면 꽤 피로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영화나 드라마는 철저히 오락성을 지향하는데, 이 스드는 철학적이면서 위안을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은 상투적인 내용입니다. 인생에 대해서, 부모와 자녀관계에 대해서, 결혼생활과 외도에 대해서…… 억지로 교훈을 주려고 한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인물의 대사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위로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구나, ‘인생이 원래 외롭고 고달픈 거로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니, 모순되게도 힘이 납니다. 일상에 대해 더 애착이 생겨서, 그렇게 귀찮아하던 집안일을 씩씩하게 합니다. 어머니께도 더 많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더 웃기는 얘기 들려드리렵니다.

 

사당연세필 박혜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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